시정연설 하러 국회 온 한대행에 우의장 "자리 앉으시라"며 작심 발언

국회 도착 후 통보받은 한대행 "하실 말씀 있으면 하시라고 하라"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 시정연설을 마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향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구별하기를 바란다"고 질타해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우 의장은 오늘(24일) 한 대행의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이 끝나자 "잠깐 자리에 앉으시라"고 한 뒤, "국회의장으로서 한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다"며 "헌법재판소 판결에서도 이미 확인되었듯이 대통령과 권한대행의 권한이 동일하다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발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우 의장은 "대정부질문 국회 출석 답변과 상설특검 추천 의뢰 등 해야 할 일과 헌법재판관 지명 등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구별하시기 바란다"고 한 대행을 비판했습니다.

우 의장의 언급은 한 대행이 '대통령 몫'인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 재판관을 지명한 것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됩니다.

이러한 질타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민주당이 고성으로 맞받으며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됐습니다.

총리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 대행은 시정연설 후 우 의장이 이런 발언을 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국회 도착 이후에 통지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정연설을 하기 전 국회 측에서 '우 의장이 할 말이 있는 것 같으니, 연설이 끝나고 잠시 앉아 있어 달라'고 요구했고, 이에 한 대행은 "하실 말씀이 있으면 하시라고 하라"며 우 의장의 발언을 경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 대행을 겨냥한 우 의장의 작심 발언에 정부 내에서는 불쾌감도 감지됐습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한 대행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아닌 국무총리에게 준하는 의전을 실시하는 등 의전을 최소화하며 국회에 대한 예를 갖췄다"며,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고 비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대행은 통상 대통령이 출입하는 본회의장 중앙 출입구가 아닌 총리가 출입하는 왼쪽 출입구로 들어오겠다는 의사를 전했고, 실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기 전 본회의장에 출입했을 때와 같이 왼쪽 출입구를 이용했습니다.

아울러, 시정연설을 시작하기 전 본회의장에 미리 입장해 있었던 것도 국회를 존중한다는 뜻을 나타내려는 의도로 알려졌습니다.

한 대행은 오늘 오전 10시쯤 본회의장에 입장했으나, 민주당 의원들이 의원총회를 이유로 늦게 입장해 본회의가 10분 가량 지연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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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효인(hi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