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16개 부처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막을 내렸습니다.

닷새 간의 청문회 기간 동안 여야 의원들은 후보자들을 집중 검증했는데요.

부처 수장으로서의 전문성이나 정책 역량 검증보다는 후보자 신상을 둘러싼 논란 위주로 진행됐다는 평가, 이번에도 피하지 못했습니다.

청문회장 단골손님, '피켓' 역시 어김없이 등장했습니다.

야당 의원들이 장관 후보자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노트북에 붙이자, 여당 의원들이 맞불을 놓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의 청문회는 자료 제출을 둘러싼 공방으로 시작됐고, 중간중간 고성을 주고받다 정회하거나, 심지어 파행 종료되는 풍경도 어렵지 않게 수 있었습니다.

<이달희/국민의힘 의원(지난 14일)> "이 쓰레기 상자 봉투 안에는 이렇게 각종 먹다가 남은 음식물 쓰레기, 일반 쓰레기가 이렇게 뒤범벅이 되어서…."

<백승아/더불어민주당 의원(지난 14일)> "감정 잡는다 감정 잡는다, 이렇게 비아냥거리시고. 아까도 조은희 간사님께서 '저렇게 고운 얼굴로 저렇게 고운 목소리로 거짓말을 하고' 이런 발언들은 인신공격성 발언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청문회장에서 펼쳐지는 이런 풍경, 낯선 장면은 아닙니다.

인사청문 제도는 2000년 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하고, 공직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 정책 능력을 국민 앞에서 검증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는데요.

하지만 누가 정권을 잡았느냐에 따라 공격과 수비만 바뀔 뿐, 업무 능력 검증보다는 개인 신상을 둘러싼 공방에 주력하는 모습은 25년 내내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2년 전으로 가볼까요.

지금과는 반대로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장관 후보자를 상대로 자료 제출을 촉구하고, 여당이었던 국민의힘은 후보자 엄호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신현영/더불어민주당 의원(2023년 10월)> "'백지신탁 전과 후에 주식 변동 사항 다 공개하겠습니다'라고 명확하게 얘기하셨어요. 공개하실 거라고 기대합니다. 아직까지는 안 하셨어요."

<김미애/국민의힘 의원(2023년 10월)> "자료 제출 요구를 한다는 명분으로 앞에 서론이 너무 깁니다. 자료 제출 요구인지 아니면 후보를 깎아내리기 위한 목적인지…."

인사청문회가 끝날 때마다 나오는 '무용론', 어제오늘 일은 아닌데요.

하지만 앞서 보신 것처럼 정치권의 이해가 얽힌 탓에, 청문회 제도 개선은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최근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청문회를 '공직윤리청문회'와 '공직역량청문회'로 분리해 청문 대상자의 사생활 관련 검증은 비공개로 진행하고, 정책 검증은 공개로 하자는 게 주요 내용입니다.

<진성준/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지난달 19일)> "우리 헌법이 정한 인사청문이 정치 보복과 내란 동조의 연장선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됩니다. 민주당은 인사청문회법 개정을 빠르게 추진할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 신상과 도덕성 검증만 구분해서 비공개로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됩니다.

<이준한/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언론이 제보를 받고 기사화하지 않을 수가 없는 거고, 비단 언론인들한테 제보를 하지 않아도 신문고라든지, 또 자기 유튜브라든지 여러 가지 형식으로 공론화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미국처럼 사전 검증을 강화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합니다.

미국에서는 공직 후보자가 쓴 수십 쪽의 문답서를 백악관과 FBI, 국세청 등이 강도 높게 검증한 뒤 상원 청문회가 이뤄집니다.

<이준한/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후보자) 스스로 검증할 수 있는 ‘체크 리스트’를 아주 면밀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일차적으로 돼야 할 거구요. 국가 기관을 통해서 위법 사실, 범법 사실, 국민들이 관심 가질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 검증을 병행하는 것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권을 가진 쪽에선 가족 신상까지 과도하게 문제 삼는 청문회 탓에 능력 있는 공직 후보를 찾기 어렵다고 하소연합니다.

반대로 야당에서는 '청문회 당일 하루만 버티면 그만'이라는 식의 청문회는 아무 의미 없는 것 아니냐고 비판합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20년 동안 번갈아 가면서 해온 주장입니다.

모두 일리가 있는 말인데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사청문 제도로 거듭나기 위해선 정치권의 태도 변화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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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국(k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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