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풍향계] '정풍운동'에 천막당사도…정치권 '쇄신' 이번엔?
그릇된 것이나 묵은 것을 버리고 새롭게 함. 정치권에서 큰 선거 전후로 자주 소환되는 '쇄신(刷新)'의 뜻입니다.
주로 '위기 상황'에 몰린 쪽에서 회자되곤 하는데요.
거슬러 올라가면 2004년 한나라당 '천막 당사' 때가 그랬습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현금을 실은 트럭을 인계받아 추후 빈트럭을 돌려주는, 이른바 '차떼기' 수법으로 수백억원의 불법 대선자금을 모금한 사실이 알려져, 국민 분노를 샀던 시기였습니다.
여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따른 역풍까지 겹쳐 그해 4월 총선에서 50석 확보도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왔습니다.
총선을 3주 앞두고 당 지휘봉을 잡은 박근혜 당시 대표는, 여의도 당사를 팔아 불법 자금을 갚겠다며 첫날부터 여의도 공터에 마련한 '천막당사'에서 집무를 봤습니다.
<박근혜/당시 한나라당 대표 (2004년 3월)> "오늘부터 천막당사에서 한나라당이 새출발을 하게 됐습니다. 저희가 속죄하는 마음으로…"
3주 뒤 총선에서 121석을 얻는 기염을 토했는데, '풍찬노숙'의 진정성이 빛을 봤다는 평가가 나오며 두고두고 쇄신의 '성공사례'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민주당 계열에서는 '정풍운동'이 있었습니다.
2001년 10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당시 야당에 3석을 모두 내준 뒤 위기감이 고조되자, 천정배·신기남·정동영, 이른바 '천신정'을 중심으로 소장파 의원들이 목소리를 키운 겁니다.
이들은 당시 '실세'였던 권노갑 전 최고위원을 '인적 쇄신' 대상으로 지목했고, 결국 11월 초 새천년민주당 최고위원 전원의 사퇴 결의를 이끌어냈습니다.
정풍운동은 김대중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를 포함한 '동교동계' 2선 후퇴로 이어졌고, 이후 꾸려진 '당 발전쇄신 특위'가 국민참여경선 등을 도입하며 이듬해 '노무현 정권' 탄생의 기틀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로부터 20년도 더 지난 2025년의 여의도, '쇄신'이 절박한 쪽은 보수진영입니다.
대선 참패 뒤, 40일이 지나는 동안 이렇다할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그 사이 당 지지율은 '국민의힘'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는데요, 갤럽 조사에서도 10%대를 기록하는 등 당 지지율이 '곤두박질' 치는 상황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에는 지방선거라도 참패하면 국회에서 '잘못했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무릎을 꿇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곤 했는데요.
<현장음 (2018년 6월)> "국민 여러분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정말 잘못했습니다."
당에서 배출한 대통령의 탄핵으로 치러진 이번 대선에서는 참패 뒤에도 '진정성 있는' 반성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입니다.
그나마 "메스를 들고 고름과 종기를 제거하겠다"던 안철수 의원의 '인적쇄신' 시도가 지도부 등에 가로막힌 것으로 전해지며,,
<안철수/국민의힘 의원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지난 8일)> "제일 처음 안건으로 혁신, 인적쇄신안부터 최소한의 사람을 거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부터 벌써 반대에 부딪힌 겁니다."
도대체 '혁신 의지가 있는 것이냐'는 비판이 당 내부는 물론 여당에서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박경미/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지난 8일)> "반탄 전력 의원들의 집합체가 된 비대위는 혁신은커녕 구태 정치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대선 패배 이후에도 민심을 외면하고 당권만 쫓는 국민의힘은 고쳐 쓸 수 없는 구제불능 집단임을…"
좌초 위기에 놓였던 '혁신위'의 키를 윤희숙 전 의원이 잡으며 일단 쇄신의 불씨는 살려놓은 상황.
'윤희숙 혁신위'는 나름 신속하게 혁신안을 내놓으며 '혁신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데요.
<윤희숙/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지난 10일)> "저희 당의 당헌당규에 잘못된 과거가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단절하겠다는 내용을 새겨넣는 것입니다. 돌에 새겨넣는 것이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전횡을 바로잡지 못하고, 계엄에 이르게 된 점'에 대해 사죄하고, '잘못된 과거와 단절하겠다'는 내용을 당헌당규에 넣겠다며 쇄신 의지를 밝혔지만, 반응은 뜨뜻미지근 합니다.
'인적 쇄신' 내용이 빠져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황정아/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지난 11일)> "결과적으로 '거짓 혁신쇼'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반성도 없고 무반성, 무양심, 무책임의 '3무 혁신위'… 인적청산을 하지 않고 혁신 대상의 범위는 당원이 결정할 일이다라고 말했는데 혁신위 의지가 없는 3무 혁신위라고 규정할 수 있겠습니다."
'쇄신'의 다른 한자어는 '뼈를 가루로 만들고 몸을 부순다, 정성으로 노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묵은 것을 버리고 새롭게 하는 게'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중의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한데요.
안팎으로 '위기'에 처한 국민의힘, 진짜 쇄신을 이뤄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국민의힘 #여의도풍향계 #더불어민주당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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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우(hwp@yna.co.kr)
그릇된 것이나 묵은 것을 버리고 새롭게 함. 정치권에서 큰 선거 전후로 자주 소환되는 '쇄신(刷新)'의 뜻입니다.
주로 '위기 상황'에 몰린 쪽에서 회자되곤 하는데요.
거슬러 올라가면 2004년 한나라당 '천막 당사' 때가 그랬습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현금을 실은 트럭을 인계받아 추후 빈트럭을 돌려주는, 이른바 '차떼기' 수법으로 수백억원의 불법 대선자금을 모금한 사실이 알려져, 국민 분노를 샀던 시기였습니다.
여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따른 역풍까지 겹쳐 그해 4월 총선에서 50석 확보도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왔습니다.
총선을 3주 앞두고 당 지휘봉을 잡은 박근혜 당시 대표는, 여의도 당사를 팔아 불법 자금을 갚겠다며 첫날부터 여의도 공터에 마련한 '천막당사'에서 집무를 봤습니다.
<박근혜/당시 한나라당 대표 (2004년 3월)> "오늘부터 천막당사에서 한나라당이 새출발을 하게 됐습니다. 저희가 속죄하는 마음으로…"
3주 뒤 총선에서 121석을 얻는 기염을 토했는데, '풍찬노숙'의 진정성이 빛을 봤다는 평가가 나오며 두고두고 쇄신의 '성공사례'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민주당 계열에서는 '정풍운동'이 있었습니다.
2001년 10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당시 야당에 3석을 모두 내준 뒤 위기감이 고조되자, 천정배·신기남·정동영, 이른바 '천신정'을 중심으로 소장파 의원들이 목소리를 키운 겁니다.
이들은 당시 '실세'였던 권노갑 전 최고위원을 '인적 쇄신' 대상으로 지목했고, 결국 11월 초 새천년민주당 최고위원 전원의 사퇴 결의를 이끌어냈습니다.
정풍운동은 김대중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를 포함한 '동교동계' 2선 후퇴로 이어졌고, 이후 꾸려진 '당 발전쇄신 특위'가 국민참여경선 등을 도입하며 이듬해 '노무현 정권' 탄생의 기틀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로부터 20년도 더 지난 2025년의 여의도, '쇄신'이 절박한 쪽은 보수진영입니다.
대선 참패 뒤, 40일이 지나는 동안 이렇다할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그 사이 당 지지율은 '국민의힘'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는데요, 갤럽 조사에서도 10%대를 기록하는 등 당 지지율이 '곤두박질' 치는 상황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에는 지방선거라도 참패하면 국회에서 '잘못했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무릎을 꿇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곤 했는데요.
<현장음 (2018년 6월)> "국민 여러분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정말 잘못했습니다."
당에서 배출한 대통령의 탄핵으로 치러진 이번 대선에서는 참패 뒤에도 '진정성 있는' 반성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입니다.
그나마 "메스를 들고 고름과 종기를 제거하겠다"던 안철수 의원의 '인적쇄신' 시도가 지도부 등에 가로막힌 것으로 전해지며,,
<안철수/국민의힘 의원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지난 8일)> "제일 처음 안건으로 혁신, 인적쇄신안부터 최소한의 사람을 거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부터 벌써 반대에 부딪힌 겁니다."
도대체 '혁신 의지가 있는 것이냐'는 비판이 당 내부는 물론 여당에서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박경미/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지난 8일)> "반탄 전력 의원들의 집합체가 된 비대위는 혁신은커녕 구태 정치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대선 패배 이후에도 민심을 외면하고 당권만 쫓는 국민의힘은 고쳐 쓸 수 없는 구제불능 집단임을…"
좌초 위기에 놓였던 '혁신위'의 키를 윤희숙 전 의원이 잡으며 일단 쇄신의 불씨는 살려놓은 상황.
'윤희숙 혁신위'는 나름 신속하게 혁신안을 내놓으며 '혁신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데요.
<윤희숙/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지난 10일)> "저희 당의 당헌당규에 잘못된 과거가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단절하겠다는 내용을 새겨넣는 것입니다. 돌에 새겨넣는 것이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전횡을 바로잡지 못하고, 계엄에 이르게 된 점'에 대해 사죄하고, '잘못된 과거와 단절하겠다'는 내용을 당헌당규에 넣겠다며 쇄신 의지를 밝혔지만, 반응은 뜨뜻미지근 합니다.
'인적 쇄신' 내용이 빠져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황정아/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지난 11일)> "결과적으로 '거짓 혁신쇼'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반성도 없고 무반성, 무양심, 무책임의 '3무 혁신위'… 인적청산을 하지 않고 혁신 대상의 범위는 당원이 결정할 일이다라고 말했는데 혁신위 의지가 없는 3무 혁신위라고 규정할 수 있겠습니다."
'쇄신'의 다른 한자어는 '뼈를 가루로 만들고 몸을 부순다, 정성으로 노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묵은 것을 버리고 새롭게 하는 게'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중의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한데요.
안팎으로 '위기'에 처한 국민의힘, 진짜 쇄신을 이뤄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국민의힘 #여의도풍향계 #더불어민주당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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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우(hw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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