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라이벌 구도'는 긴장감과 몰입도를 높여주는 요소입니다.

'슈퍼 히어로'인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의 대립이 좋은 예인데요,

티격태격하다가도, '최종 보스'를 물리치기 위해 두 사람이 손을 잡을 때, 관객들의 가슴은 웅장해집니다.

정치권에서 노리는 '단일화' 효과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막판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16대 대선이 그 파괴력을 입증한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꼽힙니다.

2002년 12월 치러졌던 대선을 한 달 여 앞두고, 각각 민주당과 국민통합21의 대선주자였던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의 지지율은 20% 초반에 그쳤습니다.

당시 '대망론'이 나오던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30% 중반대로 앞서 나갔던 상황.

단일화에 합의한 노무현·정몽준 후보는 대선을 20여일 앞두고 여론조사를 거쳐 노 후보를 단일 후보로 확정했습니다.

그 직후 이뤄진 여론조사에서 노 후보의 지지율은 40%를 웃돌았고, 이회창 후보를 6~7%포인트 격차로 앞서 첫 역전에 성공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2002년 12월)>"국민 여러분들의 압력으로 우리는 단일화 했습니다. 국민 여러분들이 제 손을 잡아주셨고, 지금 정몽준 대표가 제 손을 잡아주고 계십니다"

비록 정 후보가 대선 하루 전 돌연 '지지 철회'를 선언하면서 정국이 출렁이기도 했지만, 오히려 '진영 결집'을 촉발해 노무현 대통령 당선으로 이어졌다는 게 중론입니다.

그에 앞선 단일화 성공 사례로는 이른바 DJP연합이 있었습니다.

15대 대선 때, 당시 김대중·김종필 두 야당의 총재가 손을 잡고 정권교체를 이뤄낸 겁니다.

1997년, 세번째 대권 도전에서 마침내 청와대 입성에 성공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1998년, 화면출처 e영상역사관)>"오늘은 이 땅에서 처음으로 민주적 정권교체가 실현되는 자랑스러운 날입니다 여러분"

당시로부터 10년 전 대선에서 김영삼 후보와의 단일화 실패로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정권을 '헌납'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뼈아픈 기억 때문인지, 김종필 총재에게 '공동정권 총리' 등을 제안하며 단일화에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가장 최근 단일화 성공 사례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안철수 당시 후보 간 사례입니다.

양 측은 길고, 팽팽했던 줄다리기 끝에 대선 사전투표 시작을 하루 앞두고 전격 단일화에 합의했습니다.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선 후보 (2022년 3월)>"국민 여러분, 저희 안철수 윤석열 두 사람은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뜻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2002년 3월)>"안철수 후보의 뜻을 받아 반드시 승리하여 국민 통합 정부를 반드시 만들고…"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이 말그대로 '영혼까지 끌어모아' 펼친 대결은 결국 보수 진영의 승리로 마무리 됐는데, 그 격차는 불과 0.73%p,,

어쩌면 단일화에 당락이 갈렸을지도 모를, 가장 극적인 대선 결과였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단일화가 항상 '승리의 기억'으로만 남아있는 건 아닙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18대 대선 때, 문재인 전 대통령과 안철수 당시 후보 간 '야권 단일화'에도 결국 '정권 교체'를 이뤄내지 못한 사례도 있습니다.

종합해보면, 앞서 살펴본 세 차례의 성공 사례와, 한 차례 '실패 사례'까지 민주화 이후 대선 정국에선 총 4차례 단일화가 이뤄졌습니다.

이 중, 한 번을 제외한 세 번이 '집권'에 성공했으니 '승률'이 75%에 달하는 셈입니다.

단일화가 '승리'를 보장해주는건 아니지만, 가능성은 높여준다는 점에서, 이번 대선에서도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단일화론'이 솔솔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후보가 결정되면, 형식상으로는 '당 밖'에 있는 한덕수 권한대행과 '단일화 경선'을 거쳐 최종 후보를 확정하자는 구상입니다.

<박수영/국민의힘 의원 (지난 14일, TV조선 유튜브) "한덕수 총리 권한대행의 경우에는 (지지율) 추세선이 올라가는 쪽에 있다… 대미 통상 외교에서 성과를 보인다면 완전히 폭발적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

보수 진영 후보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당 밖 주자와의 단일화를 통해 '바람'을 일으켜보자는 시나리오로, '노무현 모델'의 재현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기대감이 녹아있습니다.

하지만, 한 대행이 2002년 당시 '월드컵 이슈'와 맞물려 전국민적 인지도를 가졌던 정몽준 당시 후보만큼의 인지도를 가졌는지에 대한 의문과, 또 일반 국민 시각에서는 국민의힘 후보와 윤 전 대통령이 임명한 한 대행이 갖는 정치적 차별성이 크지 않다는 우려도 존재합니다.

실제로 최근 여론조사에 포함된 한 대행이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아닌 범보수 후보들의 지지율을 빼앗아 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다, '그 밥에 그 나물이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인데, 민주당도 이 점을 파고 들고있습니다.

<박지원/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18일, YTN 라디오)> "간 보기를 하면서 '윤건희'의 눈치도 보고 국민 간도 보면서… 여론조사가 국민들이 나오지 마라 이렇게 했다고 하면은 한덕수 대행 성격상 출마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보수 일각에선 '제3지대'에서 뛰고 있는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의 단일화도 거론되지만, 이 후보는 '3자 구도', '완주'를 언급하며 선을 긋고있는 상황.

<이준석/개혁신당 대선 후보 (지난 18일, SBS 라디오)> "선거가 다급해지니까 지금 뭐 이겨야 되니까 빅텐트 해야 된다, 단일화해야 된다, 안 하면 너는 보수의 배신자다. 제가 왜 그런 것에 신경을 써야 됩니까?"

44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 아직까지는 진보 진영에 유리한 흐름이 유지되고 있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정치는 생물, 또 상상력이라고들 하죠.

남은 기간, 어떤 '돌발 변수'가 튀어나올지 지켜볼 일입니다.

물론, 가장 큰 관전 포인트는 '단일화 여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여의도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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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우(hw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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