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취재 이후를 들어보는 시간, 뉴스A/S입니다.

지난 주말 인천 송도의 한 아파트에서 60대 남성이 사제총기로 아들을 살해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남성의 집에서는 타이머가 설정된 다량의 사제폭발물까지 발견됐는데요.

범행 동기를 두고 온갖 추측이 난무하던 가운데, 남성이 프로파일러에게 범행 동기를 털어놨습니다.

자세한 소식 사회부 한웅희 기자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한 기자, 지금 어디에 나와 있습니까?

[기자]

네, 피의자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인천 연수경찰서에 나와 있습니다.

평온했던 지난 주말, 일요일 밤 9시 반쯤이었죠.

인천 송도의 한 아파트에서 잇따라 총성이 울렸는데요.

60대 남성이 집에서 아들을 사제총기로 쏴 살해한 것이었습니다.

총격 후 달아난 남성은 약 3시간 뒤 서울 서초구에서 붙잡혔는데요.

당시 피의자가 타고 있던 차량에서는 사용하지 않은 총신과 실탄 86발이 무더기로 발견됐습니다.

총신은 대부분 장전이 돼 있는 상태였습니다.

[앵커]

국내에서 총기로 인한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는 소식에 저도 충격이 컸는데요.

이 남성 사제폭발물까지 설치해 놨었다고 하죠?

[기자]

네, 맞습니다.

남성이 살던 곳은 서울 도봉구 쌍문동의 한 아파트였는데요.

남성은 검거 후 연행 과정에서 경찰에 "집 안에 낮 12시에 터지도록 설계한 폭발물이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경찰은 오밤 중에 해당 아파트 주민들을 모두 대피시키고 폭발물 수색에 나섰는데요.

새벽 2시부터 약 3시간에 걸친 수색 끝에 남성의 집에서 사제폭발물 15개를 발견해 제거했습니다.

폭발물은 시너가 담긴 페트병과 세제통 등에 점화장치가 연결된 형태였는데, 범행 다음날 정오에 터지도록 타이머 설정이 돼 있었습니다.

현장에 출동한 폭발물처리반에 따르면 상당히 정교한 구조로 이뤄졌다고 하는데요.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실제 폭발력 등에 대한 감정을 의뢰한 상태입니다.

[앵커]

자칫 대규모 인명피해로도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남성, 더욱 충격적인 게 자신의 생일잔치 중에 범행을 저질렀다고요?

[기자]

네, 저도 처음에 이 부분이 가장 충격적이었는데요.

구속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만큼 지금부터는 피의자라고 얘기하겠습니다.

피의자는 자신의 생일을 축하해 주겠다는 아들 가족의 초대를 받아 아들의 집에 간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자리에는 아들과 며느리, 어린 손주 2명, 또 며느리의 외국인 지인까지 피의자를 포함해 모두 6명이 함께 있었는데요.

유족에 따르면 당시 피의자와 함께 식사도 하고, 사진도 찍고, 생일축하 노래도 부르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생일잔치를 마치고 케이크를 먹던 중 피의자가 잠시 편의점에 다녀온다며 자리를 비웠고, 한참이 지나서야 문을 열어달라며 초인종을 눌렀고, 아들이 현관문을 열어주자마자 총을 발사했다고 유족들은 진술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숨진 아들은 아버지가 오랜 시간 돌아오지 않자 "왜 오시지 않느냐"며 전화도 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앵커]

범행 당일 자세한 상황을 알고 나니 더욱 충격적인데요.

그런데 피의자가 아들 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를 살해하려 했다고요?

[기자]

네, 우선 피의자는 문을 열어준 아들을 향해 쇠구슬 12발이 나가는 산탄 두 발을 발사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한 발은 현관문에 쐈는데요.

이 한 발이 누구를 향해 쏜 건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피의자는 경찰 조사에서 "아들만 살해하려 했다"고 진술했는데요.

하지만 경찰은 피의자가 가족 모두를 살해하려 했다고 보고 살인 혐의에 더해 조금 전 동석자 4명에 대한 살인미수 혐의를 추가로 적용해 입건했습니다.

피의자가 집 밖으로 달아나던 외국인 지인을 쫓아가는 등 범행 당일 행적과 유족의 증언 등을 토대로 살해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한 겁니다.

앞서 유족은 입장문을 통해 "피의자가 무차별 살인을 계획했지만 총기 문제로 미수에 그쳤다"고 주장했는데요.

유족은 "피의자가 피해자를 향해 총을 발사한 뒤 외국인 지인에게도 두 차례 방아쇠를 당겼다 불발됐다"며 "아이들을 피신시키고 숨어있는 며느리가 피해자를 구조하기 위해 방 밖으로 나오자, 총기를 재정비하며 소리를 지르고 추격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특히 어린 손주들이 숨어있는 방문을 잠그자 "여러 차례 문을 열려고 시도하며 나오라고 위협했다"고도 밝혔습니다.

[앵커]

사제총기로 아들 뿐 아니라 가족까지 살해하려 하고, 대규모 인명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사제폭발물까지 설치한 점이 단순한 살인 사건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피의자, 도대체 뭐 때문에 이렇게까지 한 걸까요?

[기자]

저도 그렇고 많은 분들이 생일잔치까지 해준 아들 가족에게 도대체 왜 이렇게 끔찍한 짓을 저질렀을까 의문점이 드실 겁니다.

범행 동기와 관련해 여러가지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정확하게 말씀드리자면 아직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씀드리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피의자는 수사 초기 경찰에 '가정 불화'가 있었다고 진술했는데요.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불화인지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고 묵비권을 행사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불화의 원인에 대해 온갖 추측이 난무했는데요.

특히 유족 측은 '이혼에 의한 가정불화'가 범행 동기라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아들과 며느리는 피의자를 위해 이혼 사실을 알고도 내색하지 않았고, 근거 없는 주장에 불과하다"며 "다른 갈등은 전혀 없었다"고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피의자의 범행에는 어떠한 참작할 만한 동기도 없다"며 "과도한 추측을 자제해달라"고도 호소했습니다.

[앵커]

네, 유족에 대한 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선 과도한 추측은 자제하는 게 옳은 걸로 보여집니다.

피의자가 구체적인 범행 동기에 대한 진술을 거부하면서 결국 프로파일러가 투입됐다고요?

[기자]

네, 경찰은 3명의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범죄행동 분석에 나섰는데요.

피의자는 프로파일러 조사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웠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러면서 "가족 회사에 직원으로 이름을 올려 급여로 월 300만 원을 받아 왔는데, 지난해부터 지급이 끊겼다"고 진술한 건데요.

"유일한 가족이 등을 돌려 배신감을 느꼈다"라고 범행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어디까지나 '피의자 진술'일 뿐이라며 섣불리 범행 동기를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어제 유족을 대상으로 참고인 조사가 2시간 가량 진행됐는데요.

유족은 "생활비 지원을 끊은 적이 없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피의자 금융계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고 휴대전화 포렌식을 진행하는 등 객관적인 범해 동기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입니다.

[앵커]

네, 잘 알겠습니다.

그런 와중에 피의자가 1년 전부터 범행을 준비했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기자]

네, 피의자는 약 1년 전부터 사제총기 제작에 필요한 재료를 사모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피의자의 휴대전화에서는 지난해 8월부터 사제총기 총신으로 사용된 파이프 등 각종 범행 도구를 구매한 기록이 나온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실탄의 경우에는 약 20년 전에 극단적 선택을 할 목적으로 구매했다고 진술했는데요.

인터넷을 통해 수렵용으로 사용하고 남은 실탄을 판매한다는 글을 보고 연락해서 구매를 한 뒤 창고에 보관해 왔다는 겁니다.

범행 당일 피의자는 집에서 사제 총기가 든 가방을 미리 준비한 렌터카에 싣고 떠나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피의자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전 내면의 갈등을 겪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는데요.

경찰은 30~40분 동안 자신의 차에서 범행을 할지 말지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사제폭발물을 설치한 건 자신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였고, 낮 12시에 터지도록 한 건 그때가 사람이 가장 적을 것 같았다는 황당한 대답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프로파일러 조사 중에는 "나는 원래 착하게 살아온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반복하기도 했는데요.

경찰은 이번 범행이 사전에 계획된 것으로 보고 주말에도 계속해서 수사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현재는 3번째 피의자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데, 경찰 관계자는 범행 동기와 계획 당일 행적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아직 피의자에 대한 수사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구체적인 범행 동기가 밝혀질 때 까지는 과도한 추측은 삼가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한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살인미수 #살인 #사제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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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웅희(hligh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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