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지현장]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에게 듣는 '만 5세 입학'

■ 방송 : <1번지 현장>

■ 진행 : 정호윤 앵커

■ 대담 :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

[앵커]

정부가 초등학교 입학 나이를 만 6세에서 만 5세로 낮추는 방안을 전격 발표하면서 찬반 논란이 그야말로 뜨겁습니다. 뉴스1번지 <1번지 현장> 오늘은 국회 교육위원장을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유기홍 의원과 관련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유기홍 / 국회 교육위원장]

네, 안녕하세요.

[앵커]

만 5세 초등학교 입학하는 학제 개편안 파장이 꽤 큽니다.

[유기홍 / 국회 교육위원장]

네, 그렇습니다.

[앵커]

무엇보다 '갑자기 왜?' 이런 물음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유기홍 / 국회 교육위원장]

저도 그게 미스터리인데 처음에 귀를 의심했어요. 이게 사실은 엄청난 일인데 공약에도 없었고 국정과제에도 없었던 얘기를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이렇게 기습 발표한다는 것이 사실 믿어지지 않았고요. 우선 이게 입법을, 법 개정이 필요한데 국회하고 아무런 사전 논의가 없었어요. 과거에 업무보고 앞두고 적어도 교육위원장한테 와서 사전 논의하는 게 관행이었는데 이번에 그것도 패싱했습니다. 그다음에 현장에서 이걸 직접 시행할 사람들이 교육감인데 오늘 아침에 시도교육감 협의회장인 조희연 교육감을 다른 일로 만났는데 거기도 지금 대단히 당황스러워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앵커]

역시 그날 언론 보도를 통해서 인지를 했다.

[유기홍 / 국회 교육위원장]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교사나 학부모 현장하고 전혀 상의 없었던 건 물론이고 제가 또 하나 놀란 것은 교육부 관계자들도 대단히 당황하는 걸 보고 이게 뭔가 교육부 내에서도 충분하게 논의되고 협의된 게 아니구나, 이걸 저는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건 대단히 이례적이고. 박순애 장관이 음주운전 등 도덕성 논란에 이어서 지금 교육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그래서 저는 이 문제에 대해서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이렇게 생각이 됩니다. 그럴 정도로 이게 큰 문제입니다.

[앵커]

일단 충분히 협의를 반드시 거쳐야 되는 인물들도 지금 말씀하신 것을 종합해 보면 사전 협의가 없었다라는 말씀이신데 이런 상황을 모두 감안한다면 왜 교육부가 이런 안을 갑자기 들고 나왔다라고 생각하십니까?

[유기홍 / 국회 교육위원장]

글쎄, 우선 그 부분은 다른 언론인들하고 제가 어제 오늘 통화를 많이 했는데 '농반진반'으로 이런 얘기를 해요. 도덕성 논란을 덮기 위해서 정책 논란으로 프레임 변경을 하는 거 아닌가, 저는 그 말을 믿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게 장난칠 문제가 아닌데 전혀 맥락이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아마 그런 얘기들이 나오는데 업무보고에 단 두 줄 들어 있었거든요. 그래서 저희도 우선 이 배경을 철저하게 좀 알아봐야 이 문제에 대해서 판단을 할 수 있는데 저는 정말 위험한 불장난을 박순애 장관이 벌렸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앵커]

만약에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의 개편안을 밀어붙인다면, 추진한다면, 지금 위험하다 말씀하셨는데 가장 우려되는 부작용 어떤 거 꼽으시겠습니까?

[유기홍 / 국회 교육위원장]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제가 우선 간단히 배경부터 좀 말씀을 드리면 돌봄이나 보육, 유아교육 인프라가 부족할 때 96년부터 만 5세 아이들을 만 5세부터 입학할 수 있게끔 허용을 했습니다. 그런데 초기에는 조금 5세 입학 아이들이 있다가 이게 점점점점 급격히 줄어서 2021년에 538명만 5세 입학을 했어요. 이건 학부모들 선택하는 거죠. 이 얘기는 뭐냐 하면 이미 5세 입학은 현장에서 학부모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실패한 정책이라는 겁니다. 두 번째는 OECD 38개 나라 중에서 5세 입학하는 나라는 네 나라밖에 없습니다. 26개 나라가 우리나라 미국 독일 같은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우리처럼 6세 입학이고요. 핀란드 같은 교육 선진국은 오히려 7세 입학인데 8개 나라가 그걸 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게 왜 그러냐 하면 아이들의 성장 발달 단계상 만 5세는 친구들과 사귀고 놀이를 통해서 전두엽 발달이 급격하게 이루어지는 시기라는 게 교육학자들 다수의 의견입니다. 그래서 6세 입학 여기서부터 학습이 되는 거죠. 그 이전에는 놀이를 통한 어떤 창의력을 기르거나 그래서 5세 입학을 할 경우에 그 조기 교육으로 인해서 아이들의 발달 과정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 많은 교육학자들의 우려이기도 하고요. 또 하나는 지금 박순애 장관이 얘기한 대로 3개월씩 끊어서 아이들을 미리 입학시킨다고 치면 보통 7만에서 8만 명쯤 입학을 하게 됩니다, 한 번에. 그렇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지냐면, 현장은 대혼란이 벌어질 수밖에 없죠. 특히 수도권이나 신도시 같은 밀집 지역은 지금도 과밀학급인데 훨씬 더 아이들의 밀도가 높아지는 그런 현상이 벌어지고 교사 수급 체계에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을 합니다. 교원단체들이 반대하는 이유 중에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가 그건데요. 이런 현장의 혼란, 그리고 뒤에 가서 말씀드리겠지만 5세 6세 아이들을 섞어서 교육시킬 때 오히려 교육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 그리고 5세 하고 6세 아이들이 시작 단계에서부터 격차가 생겨서 나중에 아이들이 입학할 때나 취업할 때 5세 입학 아이들이, 그때 불리한 결과가 나타날 경우에 이걸 누가 어떻게 책임질 수 있겠냐는 그런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우려가 생기니까 박순애 장관이 그럼 1개월씩 12년에 걸쳐서 할 수도 있다 이런 발언을 했어요. 이게 얼마나 주먹구구인가 하는 것을 본인 스스로 얘기한 거거든요. 그런 점에서 우선 이 정책은 취소하고 원점에서 더 폭넓게 의견 수렴을 하는 방식으로 필요하다면 논의를 그런 방식으로 진행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긍정적인 기대 효과는 아무리 생각해도 없습니까?

[유기홍 / 국회 교육위원장]

저희가 여러 학제개편 논의를 하면서 5세는 5세에 학교에 입학을 하되, 유아학교라는 이름으로 해서 유아교육 과정을 의무교육으로 편입시키는 문제를 고민한 적은 있어요. 그리고 지금의 초등 6년 과정은 5년으로 단축하고 여러 가지 학제 개편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데 이렇게 아이들을 두부모 자르듯이 잘라서 실험도구로 쓴다, 저는 이 말이 심한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건 정말 잘못된 결과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 학제개편 문제는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있었고 그리고 과거의 정부들에서도 주로 논의돼 왔던 안입니다. 물론 이것이 확정돼서 적용되지 않았을 뿐이지 그렇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도 해 왔다라는 것은 그만큼 필요하다라는 것을 방증하지 않겠습니까?

[유기홍 / 국회 교육위원장]

저는 과연 이번에 박순애 장관이 발표한 내용이 학제개편인가부터 저는 좀 의심스러운데. 학제개편에 관한 논의가 그동안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만 한국전쟁 이후에 미국식 학제를 따라서 '6-3-3-4제'를 도입하고 사실은 지금 굉장히 오랜 기간 그 학제대로 우리가 오고 있는 거죠. 그래서 사회가 변했으니까 학제를 개편하자, 그리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따라서 가을 학기제로 하자 여러 가지 논의가 있었는데 쟁점이 워낙 많아서 우선 사회적 합의가 어려웠습니다.

[앵커]

손대기가 지금 엄두가 안 나는 그런 상황들이 오랫동안 이어져 오지 않았습니까?

[유기홍 / 국회 교육위원장]

그러니까 누가 저한테, 저는 이번 거는 학제개편이라기보다, 학제개편이라고 하기에는. 아까 말씀드렸지만 두 줄짜리 가지고 우리가 이 학제개편의 방향·정신 이런 걸 읽을 수가 없기 때문에 저는 학제개편이라고 인정하지 않습니다만, 누가 저한테 학제개편이 필요하냐고 물어보면 아니 그거 적극적으로 우리가 고민해야 한다고는 답을 할지언정, 또 하나 문제가 뭐냐면요. 가을 학기제로 바꾸는 데만 교육개발원이 예산 추계를 해봤더니 10조가 듭니다. 그러니까 이 학제개편이라는 과정 전체를 보면 상당히 오랜 기간 굉장히 복잡한 사회적 합의를 거치고 어마어마한 예산을 감당한다는 것이 전제가 돼서 정말 장기적 과제로 우리가 추진해야지 공약이나 국정과제에 아무런 사전 예고나 협의 없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런 식으로 발표할 문제는 우선 절대로 아니다 그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앵커]

말씀하신 그런 반대 논거들. 학부모들이나 교원단체들에서도 반발이 크니까 교육부는 충분히 논의하겠다라고 살짝 물러섰습니다. 논의는 앞으로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이루어져야 된다고 보세요?

[유기홍 / 국회 교육위원장]

우선 제가 보기에는 국회에서 입법 논의하기에는 지금 너무 밝혀진 내용이 없고요. 국가교육위원회가 사실 이런 걸 하려고 만든 겁니다. 그런데 방법이 틀렸어요.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한 이후에 장관이나 아니면 어떤 다른 경로를 통해서, 왜냐하면 국가교육위원회가 정치적 중립성의 보장을 위해서 거버넌스를 위해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기 위한 그런 논의를 하기 위해서 만드는 거니까, 여기서 한번 의논해 봅시다, 의제로 삼아서 얘기합시다, 이렇게 시작했어야 맞습니다. 그런데 대통령한테 장관이 업무보고를 했고 그 업무보고 내용 중에 이게 메인이었어요. 그리고 대통령이 적극 시행이라고 지시를 해 버렸습니다. 그렇게 되면 국가교육위원회에 21명 위원 중에서 대통령이 5명을 추천하고 국회가 9명을 추천하는 중에서 여당 몫이 또 있죠. 그렇게 되면 국가교육위원회 이미 가이드라인을 준 겁니다. 그럼 국가교육위원회가 합리적인 논의를 하기보다 대통령 지시사항을 이행하기 위해서 대통령이 추천한 5명과 여당이 추천한 몇 명, 그 사람들에 의해서 드라이브를 걸면 국가교육위원회 자체가 정쟁화되고 이제 막 출범하는 국가교육위원회까지도 그런 잘못된 가이드라인을 줘서 혼란에 빠뜨리는 그런 우려가 있다. 그래서 이건 업무보고와 대통령의 지시 자체가 잘못된 거고 겸손하게 원점에서부터 그 필요성·방향, 이렇게 해야지 저는 이것이 교육문외안인 장관이 전혀 교육적 관점이 아닌 경제적 논리나 행정적 논리를 위주로 해서 내놓은 정책이기 때문에 이거는 정말 앞으로 교육계에 큰 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네, 학제개편의 어려움, 그동안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면서도 이루어지지 않았던 이 상황들, 여러 가지 이유들을 말씀을 해 주셨는데 그렇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관련자들이 다 논의를 해야 한다라는, 문자로는 쉽지만 실제로 이것을 어떻게 시행하느냐는 또 별개 아니겠습니까. 그만큼 어려웠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유기홍 / 국회 교육위원장]

근데 이미 로드맵까지 다, 2025년에 시작한다. 3개월씩 네 토막 내서 한다. 거기다가 또 문제 제기를 하니까 1개월씩 열두 토막으로 내서 하자, 지금 뒤죽박죽이 돼 버린 상황이거든요. 첫 단추가 완전히 잘못 끼어졌습니다. 이건 우선 취소하고 철회하고 원점에서 논의를 시작해야 되는 문제라고 봅니다.

[앵커]

우리 교육정책은 궁극적으로 어떻게 가야 된다고 보십니까? 지금까지 과거 정부들 지켜보면 물론 최근에 부동산 정책이나 이런 것들에 대한 비판들이 많았기 때문에 좀 가려진 모양새는 있지만 그렇다고 교육정책 잘했다고 박수 받는 정부들 사실 뽑아보려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유기홍 / 국회 교육위원장]

우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교육은 지식 위주의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 창의력을 길러주는 교육으로 방향을 바꿔야 됩니다. 그거는 대입 정책하고 밀접하게 관련이 돼 있고 이 시기에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가 2028 대입 과정, 대입을 어떻게 우리가 만들 것인가? 지나친 경쟁 교육을 지양하고, 고교학점제가 이제 그런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만 자기가 좋아하는 거 자기가 잘하는 걸 통해서 대학 갈 수 있게 만들어주고요. 사실은 유치원부터 대학원 과정까지의 모든 지식을 AI한테 학습시켰더니 14분 만에 배우더라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이제 1592년에 임진왜란이 일어나고 이런 걸 외우는 교육이 아니라 AI를 기획하고 AI와 더불어서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주는, 그래서 저는 창의력 위주의 교육으로 바뀌고 지나친 입시 위주의 경쟁 교육을 지양하는 방향으로 2028 대입 제도가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이 조치가요, 오히려 사교육을 더 강화시키고 또 입시 경쟁을 더 격화시키고 불공정을 더 심화시킨다는 우려도 같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이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거꾸로 가는 제도 정책이다. 그런 점도 아울러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앵커]

네,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유기홍 / 국회 교육위원장]

고맙습니다.

※ 내용 인용시 연합뉴스TV <뉴스1번지>와의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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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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