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워치] 평택항 청년 노동자 사망…반복되는 비극
<출연 : 구하림 연합뉴스TV 사회부 기자>
[앵커]
지난달 평택항에서 컨테이너 보수 작업을 하던 23살 이선호씨가 숨졌습니다.
2년 전 김용균씨 사건을 계기로 노동 환경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 왔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죠.
사회부 사건팀 구하림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구 기자 안녕하세요.
우선 어떤 이유 때문에 사고가 났는지 간략히 설명해주시죠.
[기자]
사고는 지난달 22일 오후 4시쯤, 경기도 평택항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발생했습니다.
이선호씨는 본래 동식물 검역이나 세관 관리 업무를 했는데, 3월에 업무가 통폐업되면서 그날 처음 이 업무에 투입됐습니다.
컨테이너 한 쪽 날개 바로 옆에서 합판을 관리하고 쓰레기 줍고 하는 보수 작업을 했는데, 컨테이너 반대편에서 지게차 작업이 이뤄지면서 반동으로 이씨가 있던 쪽 컨테이너 날개가 쓰러졌고, 그 아래 깔리게 된 겁니다.
300kg짜리 쇳덩이가 한순간에 이씨를 덮친 건데요.
당시 현장에 있던 외국인 노동자가 즉각 쇳덩이를 들어 올리려고 했지만, 크기와 무게가 사람 힘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미동도 없었죠.
이선호씨 아버지도 평택항에서 수년간 일을 해왔는데요. 그날따라 작업이 늦게 끝나 현장에 직접 갔더니 쓰러져있는 아들을 두 눈으로 목격했다고 합니다.
이선호씨 아버지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죠.
<이재훈 / 평택항 사망 노동자 故이선호씨 아버지> "외국인 근로자 아저씨한테 가서 오함마하고 정을 가져오라고 하니 그리 가서 전달해라, 그렇게 (아들을) 보냈습니다. 그날따라 이상하게 작업이 늦어지는 거예요. 퇴근 시간이 다 돼가는데 아무도 마칠 기미가 안 보입니다. 조금 전에 보낸 아들도 안 오고, 어떻게 됐나 싶어서 자전거를 타고 돌아보는 와중에 제 아이가 사고를 당해서 엎어져서 자는 듯이 숨진 것을 보게 됐어요. 그때부터 저는 정신을 잃었습니다, 미쳤습니다. 그때부터. (충격이 크셔서요?) 그렇죠…"
[앵커]
이번 사건을 보면서 2018년에 고 김용균씨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사고 경위나 특징들이 유사하다고 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20대 초반 젊은 노동자였다는 점, 또 사고 경위가 비슷해 제2의 김용균 사건이다, 이렇게 부르는 분들도 있습니다.
우선 두 사람 신분이 비슷한데요.
20대 비정규직 노동자였습니다. 이선호씨는 군 제대 이후 대학을 다니면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아버지가 항구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일을 하게 된 것이고, 김용균씨는 군 제대 이후 기술회사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해 태안화력본부에서 작업하다가 숨졌습니다.
입사한 지 석 달도 안 된 시점에 사고를 당해 안타까움이 컸습니다.
하청업체 소속이었다는 점도 판박이입니다.
이선호씨 사건의 경우 평택항에서 물류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회사가 있는데, 여기서 화물을 싣고 내리고 하는 일을 하청업체가 맡았고요.
이씨가 이 업체 소속이었던 것이죠.
김용균씨도 원청업체가 위탁을 해서 컨베이어 벨트를 점검하는 하청업체에서 일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원청업체와 하청업체로 나뉘어져서 위험한 일을 저임금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담당하는 양태를 보고 위험의 외주화, 이렇게 비판이 많이 나왔는데도 사실상 고용 형태가 그대로인 것입니다.
또 근로 현장에 투입되기 전에 안전교육이 부족했고, 현장 안전 관리가 미흡했다는 점도 유사합니다.
이선호씨 사고의 경우 현장에 안전관리요원 한 명만 있었어도 이런 사고가 나지 않았을 거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사람 힘으로 옮길 수 없는 큰 규모의 컨테이너들이 즐비한, 상당히 위험한 환경인데도 신호수 한 명조차 없었다는 것이죠.
[앵커]
네, 최근에는 산업재해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통과가 됐는데, 대체 왜 이런 사건이 계속 반복되는 겁니까?
[기자]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안전보다 비용 절감을 우선시하는 사용자들의 사고방식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위험한 현장에 안전요원을 배치하거나, 업무 투입 전에 사전 교육을 한다든가 이런 부분 모두 비용이 들어가지 않습니까?
기업 측에서 비용을 아끼기 위해 예방 조치를 생략하게 된다는 것이죠.
물론 현행법상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처벌을 받습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사고가 난 적이 없으니까", "사람이 다친 적이 없으니까", "처벌받아도 벌금 내면 그만이니까", 이런 사고방식이 특히 소규모 업체에서는 아직까지 지배적이라는 의견입니다.
또 말씀하신 대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국회 문턱 넘긴 했습니다.
그런데 내년 1월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아직 공백이 있고, 적용이 안 되는 사업장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서 5인 미만 사업장은 제외됐고, 50인 미만 사업장은 2년간 적용이 유예됐습니다.
김용균씨 사고 이후에 김용균재단이 세워졌는데요. 재단에서 이런 문제를 최근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죠.
<권미정 / 김용균재단 사무처장> "벌금을 더 물린다든가 구속을 시킨다든가 예방하는 게 훨씬 낫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든지, 이런 게 필요한데 그럴 수 있는 조치가 전혀 없다는 거예요. 대부분 다 벌금 몇 푼으로 처리되잖아요. 450만원, 500만원… 넘어진 데 또 넘어지고, 죽은 자리에 우리는 또 일하러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 같아서…"
[앵커]
더 이상의 비극을 막기 위해서 필요한 대책은 어떤 게 있을까요?
[기자]
당연히 기업과 사용자가 노동 환경을 적극 개선해야겠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보니 법적인 안전망을 만드는 게 급선무일 것 같습니다.
우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령을 체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노동계에서 나옵니다.
법이 통과됐지만, 시행령 조문 작업은 진행 중인데요.
이거라도 현실에 맞게 보완해서 산재를 야기한 기업에게 책임을 제대로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고요.
정말 단순하게 위험한 근로 현장에는 무조건 안전요원을 두도록 강제해야 한다,
이런 주장도 힘을 얻습니다.
실제 유럽 같은 해외 선진국은 컨테이너 철골 구조물 작업은 물론이고 비교적 단순한 일을 할 때에도 안전요원을 현장에 두도록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호수 한 명만 있었어도 이선호씨가 사고를 당할 확률이 매우 낮았던 만큼, 단순하지만 당연한 조치부터 해야 한다는 겁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사회부 구하림 기자와 함께 말씀 나눴습니다.
구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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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출연 : 구하림 연합뉴스TV 사회부 기자>
[앵커]
지난달 평택항에서 컨테이너 보수 작업을 하던 23살 이선호씨가 숨졌습니다.
2년 전 김용균씨 사건을 계기로 노동 환경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 왔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죠.
사회부 사건팀 구하림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구 기자 안녕하세요.
우선 어떤 이유 때문에 사고가 났는지 간략히 설명해주시죠.
[기자]
사고는 지난달 22일 오후 4시쯤, 경기도 평택항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발생했습니다.
이선호씨는 본래 동식물 검역이나 세관 관리 업무를 했는데, 3월에 업무가 통폐업되면서 그날 처음 이 업무에 투입됐습니다.
컨테이너 한 쪽 날개 바로 옆에서 합판을 관리하고 쓰레기 줍고 하는 보수 작업을 했는데, 컨테이너 반대편에서 지게차 작업이 이뤄지면서 반동으로 이씨가 있던 쪽 컨테이너 날개가 쓰러졌고, 그 아래 깔리게 된 겁니다.
300kg짜리 쇳덩이가 한순간에 이씨를 덮친 건데요.
당시 현장에 있던 외국인 노동자가 즉각 쇳덩이를 들어 올리려고 했지만, 크기와 무게가 사람 힘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미동도 없었죠.
이선호씨 아버지도 평택항에서 수년간 일을 해왔는데요. 그날따라 작업이 늦게 끝나 현장에 직접 갔더니 쓰러져있는 아들을 두 눈으로 목격했다고 합니다.
이선호씨 아버지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죠.
<이재훈 / 평택항 사망 노동자 故이선호씨 아버지> "외국인 근로자 아저씨한테 가서 오함마하고 정을 가져오라고 하니 그리 가서 전달해라, 그렇게 (아들을) 보냈습니다. 그날따라 이상하게 작업이 늦어지는 거예요. 퇴근 시간이 다 돼가는데 아무도 마칠 기미가 안 보입니다. 조금 전에 보낸 아들도 안 오고, 어떻게 됐나 싶어서 자전거를 타고 돌아보는 와중에 제 아이가 사고를 당해서 엎어져서 자는 듯이 숨진 것을 보게 됐어요. 그때부터 저는 정신을 잃었습니다, 미쳤습니다. 그때부터. (충격이 크셔서요?) 그렇죠…"
[앵커]
이번 사건을 보면서 2018년에 고 김용균씨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사고 경위나 특징들이 유사하다고 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20대 초반 젊은 노동자였다는 점, 또 사고 경위가 비슷해 제2의 김용균 사건이다, 이렇게 부르는 분들도 있습니다.
우선 두 사람 신분이 비슷한데요.
20대 비정규직 노동자였습니다. 이선호씨는 군 제대 이후 대학을 다니면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아버지가 항구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일을 하게 된 것이고, 김용균씨는 군 제대 이후 기술회사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해 태안화력본부에서 작업하다가 숨졌습니다.
입사한 지 석 달도 안 된 시점에 사고를 당해 안타까움이 컸습니다.
하청업체 소속이었다는 점도 판박이입니다.
이선호씨 사건의 경우 평택항에서 물류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회사가 있는데, 여기서 화물을 싣고 내리고 하는 일을 하청업체가 맡았고요.
이씨가 이 업체 소속이었던 것이죠.
김용균씨도 원청업체가 위탁을 해서 컨베이어 벨트를 점검하는 하청업체에서 일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원청업체와 하청업체로 나뉘어져서 위험한 일을 저임금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담당하는 양태를 보고 위험의 외주화, 이렇게 비판이 많이 나왔는데도 사실상 고용 형태가 그대로인 것입니다.
또 근로 현장에 투입되기 전에 안전교육이 부족했고, 현장 안전 관리가 미흡했다는 점도 유사합니다.
이선호씨 사고의 경우 현장에 안전관리요원 한 명만 있었어도 이런 사고가 나지 않았을 거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사람 힘으로 옮길 수 없는 큰 규모의 컨테이너들이 즐비한, 상당히 위험한 환경인데도 신호수 한 명조차 없었다는 것이죠.
[앵커]
네, 최근에는 산업재해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통과가 됐는데, 대체 왜 이런 사건이 계속 반복되는 겁니까?
[기자]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안전보다 비용 절감을 우선시하는 사용자들의 사고방식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위험한 현장에 안전요원을 배치하거나, 업무 투입 전에 사전 교육을 한다든가 이런 부분 모두 비용이 들어가지 않습니까?
기업 측에서 비용을 아끼기 위해 예방 조치를 생략하게 된다는 것이죠.
물론 현행법상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처벌을 받습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사고가 난 적이 없으니까", "사람이 다친 적이 없으니까", "처벌받아도 벌금 내면 그만이니까", 이런 사고방식이 특히 소규모 업체에서는 아직까지 지배적이라는 의견입니다.
또 말씀하신 대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국회 문턱 넘긴 했습니다.
그런데 내년 1월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아직 공백이 있고, 적용이 안 되는 사업장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서 5인 미만 사업장은 제외됐고, 50인 미만 사업장은 2년간 적용이 유예됐습니다.
김용균씨 사고 이후에 김용균재단이 세워졌는데요. 재단에서 이런 문제를 최근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죠.
<권미정 / 김용균재단 사무처장> "벌금을 더 물린다든가 구속을 시킨다든가 예방하는 게 훨씬 낫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든지, 이런 게 필요한데 그럴 수 있는 조치가 전혀 없다는 거예요. 대부분 다 벌금 몇 푼으로 처리되잖아요. 450만원, 500만원… 넘어진 데 또 넘어지고, 죽은 자리에 우리는 또 일하러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 같아서…"
[앵커]
더 이상의 비극을 막기 위해서 필요한 대책은 어떤 게 있을까요?
[기자]
당연히 기업과 사용자가 노동 환경을 적극 개선해야겠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보니 법적인 안전망을 만드는 게 급선무일 것 같습니다.
우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령을 체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노동계에서 나옵니다.
법이 통과됐지만, 시행령 조문 작업은 진행 중인데요.
이거라도 현실에 맞게 보완해서 산재를 야기한 기업에게 책임을 제대로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고요.
정말 단순하게 위험한 근로 현장에는 무조건 안전요원을 두도록 강제해야 한다,
이런 주장도 힘을 얻습니다.
실제 유럽 같은 해외 선진국은 컨테이너 철골 구조물 작업은 물론이고 비교적 단순한 일을 할 때에도 안전요원을 현장에 두도록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호수 한 명만 있었어도 이선호씨가 사고를 당할 확률이 매우 낮았던 만큼, 단순하지만 당연한 조치부터 해야 한다는 겁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사회부 구하림 기자와 함께 말씀 나눴습니다.
구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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