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풍향계] 정권심판론 술래잡기…4·3 보선의 정치학

[명품리포트 맥]

이번주 정국의 최대 이슈는 4·3 국회의원 보궐선거입니다.

이번 보선은 전국적으로 단 두 곳에서 치러지는 미니선거지만, 내년 총선의 풍향계라는 점에서 정치적 상징성이 큽니다.

따라서 여야는 이번 선거 승리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선거구도와 전략이 과거와는 미묘하게 달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선거전이 개막하면 여당은 힘있는 일꾼론을, 야당은 정권심판론을 꺼내들게 됩니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이런 구도로는 온전히 설명할 수 없는 변수가 끼어들었습니다.

경남 두 곳에서만 보선이 실시된다는 점과 범진보 후보 단일화가 그것입니다.

흔히 PK로 불리는 경남은 민주당과 한국당으로선 모두 놓칠 수 없는 전략지역입니다.

한국당의 철옹성이었던 경남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의해 허물어졌습니다.

김경수 지사가 당선되며, 처음으로 경남에 민주당 깃발을 꽂았고,18개 기초단체장 가운데 7곳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하지만, 한국당은 황교안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 경남에서 지지율을 빠른 속도로 회복하며 텃밭 되찾기에 나섰습니다.

다만, 공교롭게도 선거가 치러지는 2곳은 진보와 보수의 세력 균형이 절묘하게 이뤄진 선거구도를 형성했습니다.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지역구였던 창원성산은 경남의 진보정치 1번지로 자리잡은 곳입니다.

반면 통영·고성은 이군현 전 한국당 의원이 지난 총선에서 무투표로 당선됐을 정도로 보수의 안방과도 같은 지역입니다.

따라서 이같은 지역적 특색은 여당의 일꾼론, 야당의 심판론이라는 전통적인 선거전략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무엇보다 창원성산에서는 한국당과 정의당 간 양자 대결구도가 형성됐습니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여영국 정의당 후보를 단일 후보로 선출한 겁니다.

<여영국 / 정의당 창원성산 후보> "오늘의 단일화는 민주당과 정의당 두 당만의 단일화가 아닙니다. 자유한국당을 반드시 꺾으라는 창원시민들의 마음이 단일화 되었다는 뜻입니다."

만약 민주당이 단일화에 응하지 않고 창원성산에 후보를 냈다면 민주당은 한국당과 정의당 모두에 시달렸을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당의 정권심판론 타깃에 정면으로 노출되는 동시에 범진보 후보 분열로 한국당에 유리한 선거구도를 만들어줬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해찬 / 더불어민주당 대표>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여영국 후보를 당선시켜 성산주민의 명예를 드높이겠다는 것을 약속드립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한국당은 민주당과 정의당의 후보단일화를 야합이라고 맹비난했습니다.

한국당이 정권 심판론을 피하기 위해 정의당 뒤로 꼭꼭 숨어버렸다는 겁니다.

<황교안 / 자유한국당 대표> "지금 더불어정의당이 만들어지게 됐습니다. 정말 좌파 연합이고 국민들의 뜻을 저버리는 야합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의당은 후보단일화를 이뤄내자 일꾼론과 심판론이라는 전형적인 여야 선거구도를 뒤틀어버렸습니다.

창원성산 선거를 고 노회찬 의원과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싸움으로 규정한 겁니다.

<이정미 / 정의당 대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선거를 핑계로 창원을 도피처로 삼고 있습니다. 황교안 대표가 서있을 곳은 창원이 아니라 수사선상입니다."

하지만, 후보단일화를 이뤄낸 민주당과 정의당 모두 안심할 처지는 아닙니다.

정의당이 창원성산에서 승리하더라도 이른바 본전치기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다 만약 정의당이 창원성산에서 패배한다면 민주당도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됩니다.

정의당의 단일후보를 내세워 정권심판론을 비껴가려 했으나 역설적으로 냉엄한 민심의 옐로카드를 받는 효과를 낳기 때문입니다.

한국당도 어려운 처지이긴 마찬가지입니다.

통영고성 보선의 승리는 당연히 이겨야 할 곳을 이긴 것에 불과하고, 창원성산까지 석권해야 보수재건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만약 통영고성에서 패배한다면 황교안 대표 체제는 그야말로 위기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번 선거 결과는 정부·여당의 국정운영 방식, 선거제 개편과 보수야권 통합에 영향을 미치는 거대한 날갯짓의 시작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심판론을 둘러싼 민주당과 한국당, 정의당의 술래잡기 게임.

지역경제 회생이 이번 선거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유권자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내릴지 궁금해집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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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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