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대만 국기[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제공][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제공]


미국과 대만이 지난 12일 상호관세 인하와 시장 개방·투자 확대를 골자로 하는 무역 협정을 체결했지만, 대만에서는 세부 내용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18일) 대만 매체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무역협정의 최대 쟁점은 2,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직접투자 계획입니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보도자료를 통해 대만과 무역 합의를 했다며 대만 반도체·기술 기업들이 미국에서 첨단 반도체, 에너지, 인공지능(AI) 생산·혁신 역량을 구축·확대하기 위해 2,500억 달러 규모의 신규 직접투자를 한다고 밝혔습니다.

대만 기술기업들은 그 대가로 미국의 반도체 관세를 면제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2,500억 달러 투자의 세부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그중 대부분을 담당할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에 미칠 영향에 물음표가 남았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4일 복수의 소식통과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번 무역협정과 관련, TSMC가 이전에 발표한 대미 투자 외에 1천억 달러를 더 부담해 미국에 반도체 공장 4곳을 추가로 건설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대만에서는 이러한 대규모 대미 투자가 이뤄지면 대만 반도체 산업이 공동화하고 '실리콘 실드'(반도체 방패)가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대만 제1야당인 국민당은 미국과의 무역협정으로 대만 반도체 산업이 공동화 위기에 놓였다면서 '반도체 국가보안법'을 제정해 이를 막겠다고 나섰습니다.

또 야당은 미국과 대만 무역 협정문에 '연간 국방비 지출이 GDP의 3%를 넘게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도 비판하고 있습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미국의 방위비 증액 요구 속에 이전부터 GDP 대비 국방비 비중을 3%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그는 지난 13일 미국과의 무역협정 관련 기자회견에서도 올해 국방예산이 GDP의 3%를 넘었고 향후 집행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이런 방침은 무역 협상과는 무관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의 무역협정이 국가 재정지출 비율을 구속할 권한이 있는지, 국방비 증액으로 다른 예산이 잠식될 가능성은 없는지 등을 두고 야권을 중심으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자유시보는 야당에서 이 부분을 문제 삼아 협정 수정을 요구하거나 입법원(의회)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미국과 재협상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대만이 2029년까지 미국으로부터 2조 7천억 대만달러(124조원) 규모의 천연가스, 원유, 항공기 및 항공기 엔진, 전력망 장비와 발전설비 등을 구매하기로 약속한 것도 야당의 집중 공격을 받았습니다.

국민당은 미국이 이와 대등한 수준의 구매 약속을 "전혀 하지 않았다. 이는 일방적 조공"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미국산 의약품 수입과 미국산 승용차 수입쿼터·관세 철폐 조항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옵니다.

대만이 미국산 차량이 무관세 혜택을 주게 되면 유럽이나 일본 등 주요 자동차 생산국으로부터 관세 인하 압박이 커질 것이라고 중국시보는 전했습니다.

린쭈자 대만 정치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규모 대미 구매 약속으로 향후 협상 카드가 줄었고, 자동차와 의약품 개방과 관련한 산업 영향 평가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미국 의약품이 대만에 판매되면 우리는 심사할 권리가 없다. 이는 자발적으로 권한을 포기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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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윤(eas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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