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 30인분을 노쇼 당한 한 자영업자가 주민들에게 전부 무료로 제공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10일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삼계탕 노쇼, 무료로 이웃에게 나눠버렸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자영업자 A 씨는 "어제 삼계탕 30인분, 소비자 가격으로 약 50만 원어치를 노쇼 당했다"면서 예약자 B 씨와 나눈 문자를 공개했습니다.

지난 7일 A 씨는 삼계탕 30인분과 만두 8개를 예약하고 싶다는 B 씨의 전화를 받고 문자로 예약을 확정 지었습니다.

이후 예약 당일인 9일 오전 10시 54분쯤 B 씨에게 “변동 사항 있으면 미리 연락 달라"며 한 번 더 연락했고, B 씨는 "이따 뵙겠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예약 시간인 오후 4시가 넘어도 B 씨는 찾아오지 않았고, A 씨가 여러 번 문자를 보내자 뒤늦게 “죄송하다. 취소해 달라. 사정이 생겨 못 갈 것 같다”고 답장을 보냈습니다.

A 씨는 애초 예약 전화를 받을 당시 예약금을 언급했지만, B 씨가 ‘이 동네 식당에서 한두 번 회식한 것이 아니니 걱정 말라’는 식으로 대응해서 믿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이어 “자영업자라면 알겠지만 예약금 받기 사실 어렵다. 업장의 말 한마디가 매출로 이어지다 보니 고객에게 불편한 멘트를 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분노와 좌절이 밀려왔다. 삼계탕은 조리 시간도 오래 걸리고 ‘어머님’이 주방을 맡아 주시다 보니 너무 죄송했다. 해서 이렇게 버릴 바에는 지역 주민에게 무료 나눔을 진행하자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A 씨는 노쇼 당한 사실을 알리면서 음식을 무료로 나누겠다고 지역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고, 이를 보고 찾아온 지역 주민들 덕분에 준비했던 30인분은 모두 소진됐습니다.

무료 나눔을 마친 A 씨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웠다. 노쇼라는 큰 타격에도 마음이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손님들이 자신도 자영업을 한다며 재룟값을 챙겨주거나 함께 분노해 주고 음식 맛을 칭찬해 줬기 때문입니다.

또한 “마음이 많이 안 좋으실 텐데 내색 없이 너무 친절히 응대해 주셨다. 정성 가득 음식 잘 먹었다”며 긍정적인 후기로 힘을 보탰습니다.

A 씨가 올린 글에는 “삼계탕은 필요 없다”며 “계좌번호 주시면 조금이라도 도와드리겠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습니다.

A 씨는 “노쇼 가해자는 민사적이든 도의적이든 책임을 물을 것이고 지속적으로 연락 중이다”라면서 “자영업 시장이 너무 좋지 않은 요즘, 다들 힘내시라”고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이 글을 본 다른 자영업자들은 “많이 속상하셨겠다. 전화위복 삼아 앞으로 대박 나시길”, “남 일 같지 않다”, “정도가 심하다. 배상해야 하는 것 아니냐” 같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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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연(jswh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