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대법원이 4년 전 자국 근해에서 화재로 침몰해 역대 최악의 해양 오염을 일으킨 싱가포르 화물선주에게 10억 달러(약 1조 4천억 원)의 배상금 지급을 명령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현지시간 25일 보도했습니다.

스리랑카 대법원은 전날 환경단체와 어민 등이 사고 화물선 MV X-프레스 펄 호 측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 화물선주 EOS Ro Pte와 싱가포르 에이전트인 '시 컨소시엄 랑카' 등은 향후 1년 안에 싱가포르 정부에 배상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2021년 6월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 근해에서 화학물질을 적재한 해당 화물선이 화재 후 가라앉으면서 스리랑카 해양에 전례 없는 재앙이 야기됐고, 이로 인해 어민 생계를 비롯한 스리랑카 경제에 큰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당시 사고로 바다거북 417마리, 돌고래 48마리, 고래 8마리를 비롯해 수많은 어류가 죽어 해변으로 떠밀려오는가 하면 화물선 잔해로 인해 심각한 해양 오염을 초래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대법원은 "이번 해양 환경 재앙이 세계 최대 플라스틱 유출 사고에 해당하기도 한다"라면서 이 재앙은 앞으로도 스리랑카 해양 환경을 계속 파괴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선주나 에이전트 측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고 AP는 전했습니다.

X-프레스 펄 호는 사고 당시 화학물질 컨테이너 81개를 적재한 상태였고 화재는 약 2주간 지속됐습니다.

사고 직후 선주 측은 스리랑카에 사과한 뒤 오염 처리와 어민 생계를 위해 785만 달러(약 107억 8천만 원)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스리랑카 당국은 사고 선박의 선원들이 화재 발생 9일 전에 질산 유출 사실을 파악한 점 등으로 미뤄 선주 측이 질산 유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불이 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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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상(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