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난임 부부가 18년간의 임신 시도 끝에 인공지능(AI)의 도움으로 첫 아이를 갖게 됐습니다.

현지시각 3일, CNN 등은 체외수정(IVF)을 통해 임신에 성공한 미국의 한 부부가 오는 12월, 출산을 앞두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부부는 오랜 시간 전 세계 난임 클리닉을 찾아다니며 여러 차례 IVF를 시도했지만, 남편의 ‘무정자증’으로 인해 번번이 실패를 겪었습니다.

일반적인 정액 샘플에는 수억 개의 정자가 포함돼 있지만, 무정자증 환자의 경우 전문가가 현미경으로 몇 시간 동안 관찰해도 정자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수가 극히 적은 탓입니다.

결국 마지막 희망을 안고 이들은 뉴욕 컬럼비아대 난임센터를 찾았습니다.

이 센터는 지난 5년간 ‘STAR(Sperm Tracking and Recovery)’라는 AI 기반 시스템을 개발해 왔습니다.

STAR는 특수 설계된 칩 위에 정액 샘플을 올리고, 고속 카메라와 고출력 이미징 기술로 스캔한 뒤, AI가 정자 세포로 학습된 이미지를 기반으로 800만 장 이상의 사진을 분석해 정자를 찾아내는 시스템입니다.

해당 기술의 이용 비용은 정자 탐색, 분리, 동결까지 포함해 3천 달러(약 409만 원) 미만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부부는 STAR을 통해 사람의 눈으로는 볼 수 없었던 정자 3개를 찾아낸 후, 이를 아내의 난자에 주입해 마침내 수정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STAR를 이용한 첫 임신 사례이기도 합니다.



STAR 개발에 참여한 제브 윌리엄스 컬럼비아대 난임센터장은 “마치 수천 개의 건초 더미 속에서 흩어진 바늘을 찾아내는 작업과 같다”며 “이 시스템은 1시간 안에 이를 해내고, 해로운 레이저나 오염 없이 수정에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일반적인 정액 샘플에는 수백만 개의 정자가 있지만, 심각한 환자의 경우 단 2~3개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며 “STAR의 높은 정확도와 연구진의 전문성 덕분에 가능했던 결과”라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STAR는 컬럼비아대 난임센터에서만 사용할 수 있으나, 개발팀은 기술의 연구 성과를 공개해 다른 난임 센터들과도 공유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윌리엄스 센터장은 “이 기술은 인간의 전문성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증폭하는 도구”라며 “AI는 난임 치료의 미래”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생식의학에 AI를 급속히 적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반응도 나오고 있습니다.

웨일 코넬 의대의 난임 시술 전문가 지안피에로 팔레르모 교수는 STAR 시스템의 접근 방식이 더 많은 검증을 필요로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일부 남성은 어떤 방식으로도 정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사람이든 기계든 누가 스크린하든 상관없이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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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서(ms3288@yna.co.kr)